윤광준의 생활명품


#. '놀러와'에 김신영氏가 나왔더군요.


저도 세대가 세대인지라 은지원氏라던가 문희준氏 같은 '아저씨돌' 특집편을 흘려보내기는 어려웠습니다. 한때 '가오'잡아야 했던 시대 이야기를 함께 웃어가며 본 2편은 참 즐겁더군요. 그런데 그 게스트 사이에 있던 김신영氏는 참 돋보였습니다.


나이로 따지자면 그네들보다 한참 아래 연배일텐데, 함께 이야기하고 웃고, 그네들의 춤을 따라추며 추억을 반추하는 모습은 참 유쾌해 보였습니다. 뭐랄까.. 하하.. 참 인생 알차게 살아왔구나.. 라는 느낌이랄까요. 평소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자기 경험을 풀어낼 때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이것 저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놓치지 않고 부딪혀 가며 살아온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건강함이 다시 한 번 묻어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 '잘찍은 사진 한 장'의 윤광준


윤광준氏 또한 참 알차게 살아왔고, 알차게 살고 있는 분이라는 느낌입니다. 전업 사진작가이고 음악 애호가이다 보니 보고 듣는데 민감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점을 접어두더라도 사람과 사물을 보는 그 치열함. 그 치열함에서 알참이 느껴져서 뭔가 꽉 찬 느낌을 줍니다.


사진기 다루는 법이 아닌, 사진 찍는 법을 다룬 '잘 찍은 사진 한장'에서도 저자는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나비를 건성으로 10번 보는 것 보다는 1번을 봐도 세심하게 살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의 인생이 알차고 옹골지다는 느낌은 아마 이런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 그가 말하는 명품


책에 나오는 생활명품은 값비싼 것도 있고, 흔해 빠진 것도 있습니다. 설핏 아주 값비싼 물건들로 구성된 리스트를 보면 '이 사람이 위화감을 조성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시장중심의 경제 체제 안에서는 어쩌면 일정수준 이상의 품질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정도 이상의 지출을 각오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금 여유를 가지고 저자의 시선을 따라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저자도 비싼 물건을 소개하면서도 이게 이만큼 비싸서 좋은 물건이고 명품이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명품인데 비쌀 뿐이지. (그게 그건가-_-;)


#. 제가 생각하는 명품


그렇지만 저자가 말하는 명품과 제가 말하는 명품은 결국 어쩌면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건 자체가 명품일 수도 있지만, 추억과 경험이 보태어져 명품이 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저자는 몽블랑 만년필을 제쳐두고 비스콘티 만년필을 리스트에 꼽았습니다. 저도 언젠가 낡은 책상을 정리하다 어딘가에서 굴러나온 손잡이가 살짝 닳아버린, 요즘은 구할 수도 없는 MIT 3000 샤프를 들고 한참 멍때린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팔아 먹을 수도 없는 샤프 한 자루이지만, 그 손잡이 벗겨진 칠엔 제 중학교 3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바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 하나의 명품이 아닐까요.


과연 15년 후. 지금 제가 가진 물건을 우연히 발견할 때, MIT 샤프를 찾았을 때 만큼 가슴을 때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 하루, 알차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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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하나. 신문에서 이름뒤에 존칭이 붙지 않는 직역이 연예인과 운동 선수라고 합니다. 관행적으로 써 왔고 폄하의 의도는 없겠지만서도 굳이 따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고민끝에 일반호칭인 '~씨'를 붙여 봤는데, 오히려 조금 건방지달까, 비꼰달까 하는 어감으로 보이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한자 氏로 고치니 조금 나아보이기는 하는데. 좀 더 좋은 방법...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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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뒹구르르 | 2008/09/06 01:04 | 서평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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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Web The Dog at 2009/07/20 00:47

제목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윤광준의 생활명품
좋은 것만 누리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아....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고 어쩌고 저쩌고 가식적인 말도 아니고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스러운 이 카피 한줄로 이책은 설명된다. 이책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비싸지도 싸지도 않고, 최첨단이지도 낡지도 않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윤광준의 생활명품...이런 된장스러운 제목의 책을 읽게된 이유는 우선 유명 사진가이자 오디오칼럼니스트인 윤광준씨가 내가 요즘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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