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08일
나쁜 사마리아인들

오랜만에 책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 읽은 책은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라는 책입니다. 사실 책을 사기 전 서점에서 책 뒷 표지를 봤을 때,
만일 오늘날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한 장하준의 경고는 오싹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 노엄 촘스키
이 책은 성장과 세계화와 관련해 모든 나라가 따라야 할 정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치명적 일격이다. 꼭 읽으시라! - 래리 엘리엇(가디언 경제부장)
는 화려한 추천사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서 읽기에는 여러 갈등이 있었습니다.
결국 또 익숙하기 그지없는 근거와 방식으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책-특히 이론서-을굳이 한 권 더 구매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FTA -> 신자유주의 -> 부의 편중 ->양극화 심화 -> 사회적 안전망 해체 -> 나쁜 것 이라는 기본 틀에 멕시코, 남미 등등의 각종 사례를 버무린 책은,-솔직히 말해서- 수없이 펼쳐봤지만 제대로 풀지 않은 수학문제집처럼 제 실력향상(?)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때문이었지요. (한미 FTA 국민보고서 한권으로 충분해요-_-)
두번째로는, 이 책은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으로 되어있습니다. 즉 영어로 쓴 책을 번역자가 한글로 옮긴 결과물이라는 말이지요. 작년에만 여러권 쓰레기 번역서에 진을 뺀 적이 있는지라 덥썩 손이 가지 않더군요.
하지만, 읽고 난 뒤 느낌은, 뭐랄까 참 맑네요. 저자의 성실성과 신자유주의를비판하는 새로운 시각과 풍부한 사례와 쉬운 비유를 맛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난 포스팅에 올린 지난 1년간 읽은 모든 책들 중 한권만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을 읽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칭찬에 그리 후한편이 아닙니다.)
책 내용을 길게 이야기해 봐야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테고 하니,
목차만 한 번 옮겨 보죠.
다니엘 디포의 이중생활 - 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여섯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 자유무역이 언제나 정답인가?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 민간기업은 옳고 공기업은 나쁜가?
1997년에 만난 윈도98 -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미션 임파서블? - 재정 건전성의 한계
자이레 대 인도네시아 -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 경제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가?
위 목차는 소위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실천지표를 하나하나 검토하는 방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앞서 언급했던 두 가지 머뭇거림이 기우임을 이 책은 보여주더군요.
즉, 예를 들어 이 책에 '민영화를 하면 생활기본수단에 대한 생계부담이 가중되고,공공성이 무너져서 민중의 삶이 파탄난다.'는 이야기는 '사실상' 없어요. 있기는 있는데 거기에 전혀 강조점이 찍히지 않습니다.오히려 정말 민영화가 국영화보다 과연 효율적인가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예를 들자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국영기업의 취약점은 ① 주인 - 대리인 문제(주인인 국민이 다수이다보니 실질적으로 대리인인 사장이 독단적으로 경영을 하여 발생하는 문제점) ② 무임승차문제 (국영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그 효율성이 제고되어도 그 성과를 국민전체가 누리게 되므로 국민 누구도 자신이 나서서 문제를 지적하려 하려하지 않는 문제) ③ 연성예산 제약 문제 (사기업에 비해 재정투입이 경성화됨으로서 나타나는 유연성 문제)라고 하면서,
그러나 실제 싱가포르 항공, 구 포항제철, 브라질의 엠브라에르 社 등 국영기업들의 예에서 보듯 소유형태와 효율성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
라고 주장하면서
다만 국영기업의 부실경영이 유독 이슈화되는 이유는
모범적인 국민의 평화롭고 생산적인 일상이 톱뉴스로 보도될리 없듯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국영기업들 역시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170쪽)
라고 정리합니다.
그러면서 결론은,
민영화된 기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은 민영화의 결과라기보다는 민영화, 즉 매각을 위한 절차에서 한 구조조정의 효과인 측면이 더욱 크다.
그러므로, 민영화가 정답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영화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 과정에 민영화가 필수적이지 않은 이유 -> 국영화가 의미있는 이유 -> 국영화가 오히려 필요한 경우에 대한 논지가 나옵니다만, 그건 너무 길어 생략-_-)
이런 세세한 이야기들 말고도 재미있는 표현들이 엿보이는데
외국인 투자는 경제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다.(중략)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이 무엇이든 하고 싶은대로다 해도 좋은 파티이니 참석하라고 광고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알려진 파티에 가게마련이다. 아무리 자유가 허용된다고 해도 굳이 재미없는 파티에 가서 재미있게 해 주는 손님은 없다. (156쪽) -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완화와 경제성장의 관련성에 관한 언급 중
성공한 어른들은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자립한 것이지, 자립을 했기 때문에 성공을 한 것이 아니다. (119쪽) - 자유무역이 경제성장의 지름길이라는 주장에 대해
노키아는 벌목, 고무장화 등에서 번 돈으로 17년에 걸쳐 전자 사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삼성은 직물과 제당사업에서 번 돈으로 10년이 넘도록 전자 사업에 투자했다. 이들이 만일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개발도상국에 권하는 것처럼 시장의신호에 충실했더라면, 노키아는 아직도 나무나 베고 있고, 삼성은 여전히 수입된 사탕수수나 정제하고 있을 것이다. 가난에서벗어나고 싶은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시장에 대항하여 보다 어렵고 좀 더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부문에 진입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한다.(319쪽)
- 시장의 요구에 순응하라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동기부여외에도 주목할 것이있다. 그것은 바로 능력이다. 내 아들 진규가 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다면 설령 2000만파운드라는 거액을 주겠다는 제의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이 있다해도, 뇌수술을 성공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의 산업 역시 너무 일찍 국제적인 경쟁에 노출되면 살아남지 못한다.
- 보호주의는 경쟁을 왜곡하여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주장에 대해
등이 있군요.
다른 한 편의 우려는 기우를 넘어서,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매끄러운 번역은 나무랄데 없었고, 오히려 책의 주 독자가한국인이 아니다 보니 좀 더 객관적인 서술이 돋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즉, 지금껏 읽은 신자유주의 관련 서적의 기본 톤이'신자유주의로 우리 민중이 고통받는다'거나, '약소국으로 FTA체결을 강제당하는 설움'을 기저에 품고 있는 목소리였다면, 오히려이 책을 읽다보면 한국은 '보호무역과 관치경제로 경제성장을 이룬 '부자나라'의 일원이면서 이제와서 신흥 저개발국에 자유무역을강요하는 파렴치한 가해자 국가'라는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결국 한미 FTA를 통해서서비스업의 노하우를 계승한 다음에 하겠다는게 뭔지를 생각해보면.. 흠.
아무튼, 이래저래 흥미로운 책입니다. 쉽게쉽게 읽히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by | 2008/02/08 01:11 | 서평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무료로 보내드립니다
비용전혀없습니다!
아래주소를 클릭해서 무료신청하세요
http://english.redirectme.net